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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다와 호수와 휴양림의 도시 나이시나(KNYSNA)

동네 사람들(통하니) 2006. 7. 3. 00:02
 

부활절 휴일 2박 3일만으로 나이시나(KNYSNA)를 충분하게 돌아보고 있으리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우기에 접어들기 전에 가야 그나마 즐길 수 있으리란 결정을 하고 강행하기로 했다.

케이프타운에서 N2 도로를 타고 여섯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나이시나는 남아공의 가장 유명한 관광코스인 가든 루트(GARDEN ROUTE)코스에 속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인도양이 넘나들면서 만들어내는 호수로 유명한 곳이고 가까이 위치한 치치카마 국립공원은 자연 휴양림의 장관이 이름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뿐만이 아니라 호수와 강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고 뛰어난 경관 때문에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이시나를 가는 도중에 있는 조지에서 내려 증기기관차를 타기로 했다. 조지 역시 가든 루트 코스중에 있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조지에서 나이시나까지는 자동차로는 30분 내외의 거리이지만 증기기관차를 타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이시나 역으로 들어가는 증기 기관차

 

츄키(CHOO  TJEO)라고 불리는 이 증기기관차는 1900년대 초에 처음 운행하기 시작해 당시에는 중요한 교통수단의 하나였고 이제는 관광객들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관광명물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조지에서 나이시나까지 하루에 두 번 왕복하는 이 증기기관차는 석탄을 때야 하는 관계로 여름에는 운행이 중단된다.

가든 루트 지역의 심장부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을 2시간 여에 걸쳐 천천히 운행하면서 산과 바다의 비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게 해준다.

출발하던 날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오후에 조지에 도착하자 거센 빗줄기가 되어있었고 기차가 출발하는 시간에는 비는 그쳤지만 짙은 먹구름 때문에 바깥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날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 멀리 수평선을 배경으로 큰 기적소리 울리며 내달리는 기차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들과 나는 흥분했었다. 다행히 출발하고 30분쯤 되어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기차는 그리 험악한 산악지역이 아닌데도 조금 오르막길이 있으면 여지없이 큰 기적소리를 내지르며 오른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놓으면 가득 석탄 실은 앞차에서 날아오는 석탄재 때문에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우리는 모두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구경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이시나에서 출발, 조지까지 가는 기차와 중간 역에서 조우하다

 

길지 않은 터널을 지나자 곧바로 만과 만을 잇는 아슬아슬한 철로 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로 손아래 바닷물이 만져질듯 하다.

목적지인 나이시나에 가까이 가자 색색의 들꽃무리가 한창인 들판을 천천히 지나고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낸 호수를 둘러싸고 발달한 아름다운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위의 낮은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며 기차는 마지막 기적소리를 힘껏 내지른다.

왕복선을 탈 수 없어서 남편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 탓에 조금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이 멀리 기차역에서 손을 흔드는 아빠를 보고 마치 오랜만의 해후라도 하는 듯 반가워한다. 그것 역시 기차가 주는 낭만 중에 하나이리라.

나이시나는 천연 석호로 유명한 곳이다. 두 개의 높은 언덕(TWO HEADS)이 맞닿을 듯 얼굴을 마주대고 있고 그 사이로 푸른 파도치는 인도양의 물결이 밀려들어와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호수에는 작은 섬 두 개가 떠있고 크고 작은 배들이 호수 위에 점점이 떠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엽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나이시나는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이 있다. 바다는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도심에서 강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었는데 나이시나는 바로 호수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웨스턴 케이프지방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산은 돌산이다. 하지만 나이시나의 산에 나무가 우거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나이시나 호숫가의 그림 같은 집들- 비슷비슷한 다른 지방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호수에 떠있는 작은 두 개의 섬, 레져 아일랜드와 텐슨 아일랜드 위에 오밀조밀 이쁜 집들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텐슨 아일랜드에는 워터 프론트가 자리 잡고 있는데 토산품 가게, 옷가게, 보석가게들의 저마다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첫날 저녁 우리 가족은 무엇보다 생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었다. 물론 케이프타운에서도 생굴을 먹을 수 있지만 가격도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않았었다.

직접 굴을 양식하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니 가격이 좀 싸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던 우리는 그만 악 소리를 금치 못했다. 자연산 생굴 여섯 개에 무려 백랜드.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생굴 하나에 삼천원을 내야한다니. 한국에서 자연산 굴이라도 오천원이면 네 식구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생굴을 실컷 먹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대신 푸짐한 새우구이와 오징어 튀김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껍데기에 붙은 채로 상 위에 올라온 생굴 여섯 개로 입맛을 다시면서 생굴을 먹어봤다는 것에 그나마 만족해야 했었다. 남아공 사람들에게 생굴은 어쩌다 한번 먹는 비싼 음식으로 꼽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치치카마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하늘을 찌를듯 곧게 자란 소나무 숲의 행렬이 한동안 이어진다. 치치카마 국립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에덴 동산이라는 산책 코스를 꼭 가봐야 한다고 현지인 친구가 권했지만 아이들의 반대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매표소를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바닷가에 이르니 푸른 인도양 물결이 기암 절벽에 파도로 부딪치는 장관이 연출된다. 바다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에는 빽빽한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바닷가에 바로 인접해 야영지가 펼쳐지고 통나무 숙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행렬. 바닷가를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긴 노신사의 뒷모습이 평화스러워보였다.

치치카마 국립공원 벤취의 노신사

 

푸른 바닷물을 뒤로 하고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소나무 군락 속으로 들어가면 일상의 피곤함을 내려놓고 느긋해질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휴양림이나 바다를 넘어 벌써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번지 점프를 하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스스로는 아직 시도해볼 엄두를 못내지만 216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번지점프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스릴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남반구에서 가장 높고 큰 다리라는 스톰브릿지(storm bridge). 다리 높이가 계곡으로부터 400미터 이상 된다.

거대한 자연 앞에 또 하나 인간의 도전이었을 그 다리는 도저히 그 건설 과정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다. 바다와 만나는 거대한 두 계곡 사이에 날렵한 아치 모양의 교각 밑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계곡을 향해 몸을 날린다.

다리 상판 바로 밑에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데 전망대에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보인다. 망원경으로도 밑에 숨어있는 통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리 위로 두 개의 탱크를 끌고 가는 큰 덩치의 유조차가 지나가지만 터무니없이 작게 보일뿐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사람들이 몇 백 길 높이의 계곡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전망대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몇몇 사람들은 마치 제 몸이 던져지기라고 한듯 몸서리를 치곤한다.

계곡을 향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잠깐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떨어지기 바로 직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까마득한 계곡에 잠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동안 자연의 위대한 모습과 인간의 왜소한 모습을 느끼게 될까.

보는 것만으로 머리털이 쭈볏 서는 그 도전으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만큼 만족하게 될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대가 설치된 다리- 지상 216미터이다

 

도저히 도전해볼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단지 그 느낌이 어떨까를 무수히 추측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뜬다.

점프를 하기 위해 다리로 향하기 전 물구나무서기로 적응 훈련을 하는 젊은이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지금도 여전히 계곡을 향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 그 다리를 지나 내추럴 빌리지로 향한다. 높은 산 위에서 바라보니 계곡이 끝나는 곳에 바닷물이 들어와 또 하나의 작은 호수를 그림처럼 만들고 있다.

호수가 형성된 주변을 따라 집들이 들어서 있고  숲으로 난 작은 길을 들어서니 숲 안쪽에 거짓말처럼 집들이 숨어 있다. 그 지방의 유명한 별장지역이라고 하는데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집들이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속에 오밀조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이시나에 있는 유명한 별장지대 내추럴 빌리지 -바닷물이 만든 석호가 아름답다

 

이미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 때 석양에 물든 호숫가에 아이들을 앞세워 낚시대를 드리운 가족. 바람에 돛을 맡기고 유유히 흘러가는 작은 요트의 모습이 극한의 평화로움을 만들어낸다.

가족끼리 낚시는 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내추럴 빌리지 호수의 카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루 해의 노을과 함께 나이시나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바닷물이 호수로 들어오는 길목인 two heads의 정상에 서니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호수로 밀려드는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호수 안에 떠있는 작은 두 개의 섬에 색색의 조명이 밝혀지고 아늑한 호수의 도시 나이시나의 하룻밤은 그렇게 또 지나갔다.

나이시나 석호를 형성하는 투헤드 중 하나-절벽위의 집이 절경이다

 

나이시나 여행의 가장 백미는 마지막 날 카누 여행이었다. 마치 우리 나라 동강을 쏙 빼어닮은 듯한 곳이 있어서 날씨가 좋으면 카누를 타고 8키로 남짓하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보자고 했었는데 아침 날씨가 흐려서 곧 비라도 쏟아질 태세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몰라 카누 타는 장소로 갔더니 마침 먹구름이 걷히고 환해진다. 다행이 해도 심하게 내리 쬐지 않고 카누를 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작은 배에 두 명씩 나누어 타고 천천히 노를 저어 상류로 올라가자 온갖 가지의 새 소리가 양쪽에서 울려 퍼진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탓에 심심치 않게 갈매기도 만날 수 있다. 수심이 얕은 곳에 삐죽이 올라온 나뭇가지 위에 막 물고기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새가 날개를 말리느라고 퍼득거리고 있다.

팔이 아픈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신나기만 하다-동강을 닮은 강에서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는 척박한 돌산만 만났었는데 모처럼 숲이 우거진 산을 만났고 그 강줄기에 우리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강원도 동강의 한줄기에서 흐르는 듯한, 마치 진경산수화 한 풍경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강 상류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왕복 네 시간 남짓한 카누 여행은 아름다운 도시 나이시나에서의 추억에 또 하나의 그림을 더했다.









출처 : 취미/생활
글쓴이 : 유 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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