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바람소리
문 울리는 소리
일어나기 싫은데 . .
꼼지락 꼼지락.
휘이익 철퍼덕 난리가 났습니다.
벌떡 일어나 옥상으로 직행
아이고 어쩐다???????
몇대의 고추가 길게 누워 자리를 잡은건 그렇다 치고.
나를 통닭으로 만들려는 옥상의 더위를 피해볼까 싶어
거금 10만원을 들여 차양막을 쳤었는데(이름은 모르지만 비닐 하우스에 치는 검은 그물 막)
갈갈이 찢어저
바람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게 아닌가
양팔을 벌린듯 꺽기도 잘한다.
춤꾼인들 이렇게 잘 추겠는가?
어찌 손을 대야 할지 속수 무책.
그런다고 내가 질까보냐??
가위 하나를 의지하여 앞으로 전진 또 전진
휘~이익 한가닥이 춤을 추며 발목을 잡으려 한다.
잽싸게 피하면서 한손으로 휘어 잡는다.
다른쪽 팔이 펄러덕 거리면서 안 잡힌단다.
바람이 나를 뒤로 떠밀려고 안간힘이다.
내가 질까보냐
벌떡거리는 그물막을 힘껏 당겼지만 그렇게 잘 찢어지던게 웬일? 요지부동.
휘어잡고 가위를 댄다.
있는 힘을 다해 쓱싹쓱싹
겨우 일부분을 잘라 냈다.
옥탑방에 매여있는 요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내일 해준단다
손녀가 타던 미끄럼틀(플라스틱)이 스르륵 바람을 타고 혼자 미끄럼을 탄다.
혼자 들기도 힘든 무게라 겨우겨우 옆으로 옮긴다.
이건 또 뭐야
평상 대용으로 쓰던 침대 매트리스 받침대가 스르르르 걸어간다
어이쿠 날아가면 이웃집에 피해를 줄 테니 넌 담 믿으로 직행
온몸이 태풍으로 샤워를 한다.
한기가 느껴진다.
대충대충 치우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온 몸이 떨린다.
옥상의 모든 물건이 따로따로 유영하던 모습이 떠 올라 몸이 더 떨린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쯤으로 끝나서
열번은 고두박질 당한 벤자민
겨우 살아남은 화분 몇개
샤워가 아직 마무리도 못했는데
고추장 항아리를 왜 열어 놨느냔다.
왜 고추장 항아리 뚜껑을????
다행이 물은 안들어 갔단다.
이건 천만 다행이다.
물이 들어갔으면 모두 버려야되지 않는가.
물도 못 닦은채 올라가 봤더니
유리로 된 항아리 뚜껑이 얌전하게 날아가 있는게 아닌가.
이것도 다행이다.
깨졌으면 어쩌란 말인가. 유리파편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온 유리 뚜껑
난 아직 충직한 블로거는 못되나보다.
사진찍을 생각은 전혀 못했으니.
이것도 다행인건
사진 찍는다고 요리조리 다니다
다 망치고 말았을텐데 . .
이렇게 나는 오늘 태풍을 몸으로 맞이 했다.
다행인건
물건이 아랫층으로 떨어지지 않은것
다친사람이 없다는것
고춧잎과 고추 손질로 오후를 보낸다.
이것도 다행인건
저녁 반찬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찬거리
뽑혀나가 비어있는 나의 고추밭
어떤 병원은 입간판이 떨어지며 차를 덮쳤단다.
어느집은 한쪽 벽면이 떨어져 나갔단다.
음식점 유리가 다 깨졌다고 한다.
요렇게 당했는데도
쩔쩔 맸는데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한다.
모두 힘을 합해 도와야 하는데 . . .
그냥 뉴-스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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