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일
"얘 너 살이 왜 이리 빠지는 거야"
"글쎄 밥 맛이 없어 통 먹을 수가 없어"
"약이라고 생각하고 억지로라도 먹어야 돼"
유난히 맛있는 음식을 밝히고 늘 살을 빼야 한다고 하던 친구인데
몇 달 사이에 살이 쪽 빠져버렸다
88사이즈에서 66사이즈가 클 정도였다.
잘 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아쉬움이 없이 가끔 밥도 잘 사는 친구인데
요즘 통 의욕이 없고 심드렁한 게 . . . .
어느 날
"나 핸드폰 바꾸려고 하는데 . . .
뭐로 바꿀까? 딸하고 같이 왔는데 . . . "
"다음 달엔가 새 폰이 나온 다더라 조금 참았다 바꿔"
당뇨가 심한데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다 막혀서 힘든 심장 수술을 하고
눈이 안보여 몇 번 씩 눈 수술을 했는데도 잘 안 보인단다.
핸드폰을 잘 안보니 만나자고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안되고 꼭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락하는 친구가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폰의 글자가 안보이니까 그런단다.
또 어느 날
자꾸 깜빡 깜빡 잊어버리기를 잘하니
치매 검사를 했는데
파킨슨씨 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너무 낙담이 돼서 . . . . . .
모든 걸 내려놨나 보다.
인슐린 주사도 더러 빼먹고, 당 체크도 안 해서 살이 빠진걸
우린 몰랐던 것이다.
한 집에 큰 아들 며느리 손자가 살고 있으니 어련히 챙겨 줄까?
아래 층에는 둘째 아들 내외가 살고 . . . . .
한 날은
"돈이 아무리 들어오면 뭐하니 모이질 않는데 . . . "
"속 이 상해"
알고 보니
아들 셋이서 각자 엄마의 돈을 뜯어가기에 바쁘기만 하고
엄마의 건강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었다.
같이 사는 아들은 손자 손녀 학비는 물론 살림 돈 까지 쓰고
둘째는 들어 있는 엄마의 집을 전세를 주고 빼서 아파트로 가겠다고 하고
셋째는 서너 달에 한 번씩 천 몇 백만원씩 가져가고
네째는 . . . . . . . . . . . . . . . . . . .. . .. .
서로 엄마의 돈 빼 먹기만 하지 엄마의 건강이나 생활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휴가철이 되어 놀러를 가도 엄마가 돈을 다 쓰고 저희들은 효도 하는 척 하는 모양인데.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자식 공부시키겠다고 미국 가서 엄마의 형편을 알 수 없고 . . . .
우리가 보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여름 방학이라 딸이 귀국하여 엄마가 얼마나 아픈 지를 알게 되었고
한국에 있는 자기 집으로 모셔 갔다.
미국으로 모셔 간단다
몇 달 동안 못 보게 되어서 좀 멀지만 친구들이 작당을 하여 찾아갔더니
그 친구의 표정이 밝아지고 목소리도 낭랑해 졌다.
때때 마다 약을 챙겨 먹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들은 차단시키고
정성 들여 엄마를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안심을 하고 돌아 왔다.
하룻 밤을 자고 왔는데 어찌나 융숭한 대접을 하는지 . . . .
딸이 없는 "나' 어째야 할까?
왜 자식들은 한결같이
"엄마는 전화 오는 것만 받으면 돼" 하면서
아무 기능 없고 값 싼 보급형 폰을 사게 하는지 모르겠다.
저희들은 최신 폰을 쓰면서 말이다
글자를 아무리 키워도 돋보기를 써도 안 보인다는데 말이다.
기껏 해야 3~5번 정도 바꾸면 세상 사는 게 끝날 터인데
동생들이 자매 방으로 카톡을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너무 잘못했다고 . . . .
이미 때는 늦었는데
살아계셨을 때 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
왜 생각이 모자랐을 까?
자식들에게 짐이 안되려고 애쓰시던 모습을 그리면서.
지금도 살아계시면 과연 잘 할까?
올해 97세 이신데
94세에 돌아 가신 어머니의 추도 일이 11월 13일
이날이 가까워지니 어머니 생각이 더 나는 모양이다.
늙어 가는 것은 익어간다는 것이다 ㅡ이 말이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이말은 60대까는 해당 될까?
복 받을 끼여 ㅡㅡㅡㅡㅡ한대 갈겨주고 싶다.
고맙다. 이 말이 더 고마움을 나타내지 않을까? 정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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