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

똑똑한 며느리가

동네 사람들(통하니) 2009. 8. 26. 21:40

어제 늦은 밤 시간

 

누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한담?
벨 소리에 약간은 짜증이 났는데
41여전도회 부회장의 목소리

"ㄴ권사님 아들이......

그래서

내일 오후 세시에 ㄱ대 병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연락해서 같이 오세요"

"ㄱ대 병원이 어딘데요?" 
"아 있잖아요 2호선 강변 다음 다음역인가..." 의아해 하면서 설명을 한다

난 말문이 막혀서 도무지 ㄱ대 병원이 생각나지 않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것 같고 못 찾아 갈것 같았다.

ㄴ 권사님의 건강한 목사님 아들이 영안실에 있다는 그 말이 너무나 충격이어서

머릿속이 하~애 지면서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전화를 한 부 회장님은 답답하고 안타까운지
자꾸자꾸 설명을 해준다.
자기들은 천호 역에서 잠실 역까지 와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간단다.
난 신천 역에서 타면 된다고...
겨우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하니 알 것 같아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왕이면 아침 일찍 갈 것이지 늦게 갈게 뭐람'
혼자 궁시랑 거리는 데 슬픔에 일그러진 ㄴ권사님 얼굴이 스쳐간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며느리는 젊은 나이에.. 어린 자식들은...
시간보다 이르게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먼저 와 있는 권사님들도 있었는데 같이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단다
모두 아홉 명이 
의외로 담담한 권사님을 보니 내 마음도 진정이 되고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
식당에 상을 하나 차지하고 둘러 앉았다 궁금한 것이 많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말을 못 꺼낸다.
ㄴ권사님의 입을 통해 나온 말
조금 모자라는 며느리를 봤으면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딸만 있는 집에서 며느리를 봤는데
한 5년전부터 미국에 들어가자 안 간다 하면서 다툼이 있었단다 
큰 처형이 미국에서 사는데 자기네도 들어가자고 싸우다
----중간 이야기는 잘 못 듣고---
며느리는 강원도 어딘가로 들어가고
속상한 아들은 두어 달 행방 불명이 되었단다
목회생활도 할 수가 없어서 그만두고 떠돌이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사고 소식이 와서 갔더니
전기 회사인가 취직이 되어서 다녔는데 
지난 주일 일을 하다 감전이 되어서 식물인간이 되었고 하루를 버티다 어제 운명을 달리 했단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죽은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밤을 지샌단다.
11살 10살 딸 아들을 두고 미국으로 가자는 아내를 이기지 못해 목회도 접고 

오죽 힘이 들었겠는가.

미국이 뭐하는 덴데 가정 파탄을 내면서도

가고 싶은가?

 

 

 

자기 명이 그뿐이라서…… 라고도 할수 있겠지만
덜 똑똑한 며느리 였으면 남편을 따라주고 목회 생활을 하면서 행복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권사님의 말이 내 머리를 맴돌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옛날 우리들 시대에는 그렇게 사는 거려니~하고 살았는데....
43살 밖에 안된 아들을 떠나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자식을 일찍 보내는가 보라고 나도 죽기로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담담해 진다"고 하는
권사님을 위로할 말을 못 찾아 쩔쩔매고
아마 우리가 오래 살기는 했는가 보다.
며느님들이여 조금 덜 똑똑하고 

조금 덜 고집을 쓰는 게 어떨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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