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

착각은 자유라지만

동네 사람들(통하니) 2006. 5. 22. 10:22

5월9일-10일까지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학교 동창회로 모이면서 웃지 못할 지난 날의 일들이 생각나서 올려 봅니다.
---사실은 씁씁한 길고 짧은 이야기지만---2005년에 일어났던 이야기

‘4월 18일 9시 반까지 청량리역 대합실에 모일 것(목적지--정동진 썬 크르즈호텔)‘

연락을 받은 국민(초등)학교 여자 동창(서울거주)들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간이 돼 가자 한 둘씩 모였습니다.
다 모였댔자 오늘의 인원은 다섯 명에 불과 하지만 모처럼 기차를 탄다는 생각에
옛날 학창시절 수확여행 갔던 기분도 살아나고
아무튼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출발 20분전
차례로 화장실을 갔다 왔습니다.

화장실에 안갈 것 같던 김 ㅇㅇ 이라는 친구가 없기에 같이 있던 임 ㅇㅇ 친구에게
물어 봤더니
“응, 화장실 갔어. 올 때가 됐는데--”
‘함 ㅇㅇ은? “
“아직---”
‘얜 항상 늦는단 말이야“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다 왔다하여 늦으니까 뛰라고 재촉을 하고
각자 자기 짐들을 챙기며 개찰구로 나갈 준비를 다 하고 있어도
맨 나중에 화장실로 간 ‘김ㅇㅇ’ 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세번쯤 다녀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모두 마음이 조금해져서
“어떻게 된 거야?” 소란을 떨며 사방을 찾았지만 김 ㅇㅇ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부산하게 찾았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큰소리로
“김 ㅇㅇ!, -- 김 ㅇㅇ!”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젠 화장실을 칸칸마다 열어보기를 번갈아 가면서 무려5번,
남자화장실까지 다 열어 보았습니다.(다행이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핸드폰을 연신해 대도 받지 않았습니다.

“아이구, 어쩌나. 벌서 10시야”
너무나 답답하였습니다.
“애들아, 차는 이미 출발하였을 테니 못타는 것이고
김 ㅇㅇ이나 빨리 찾자“

문제는 그 친구가 당뇨가 심해서 아주 높은 단위의 인슐린주사를 맞는답니다.
혹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간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겨서
무전기를 들고 정복을 한 사람에게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이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혹시 납치?---부잣집 할머니니까--
그것도 가능성은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혈당이 돼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서 무작정 걸어간 게 아닐까? ‘
"온 서울을 혜메고 다닌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힘이 쭉 빠졌습니다.

‘안되겠다. 집에다 알려야지’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침 큰 며느리가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아 -,
나- 잠실에 사는 엄마 친군데--“

“예, 안녕하세요? 어머니 가셨는데요.”

“그게 아니고, 우리랑 같이 있다가 화장실 간 엄마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우리 못 갔어,
엄마가 차표랑 다 갖고 있거든.
그게 문제가 아니고 만일 순간적으로 정신이 이상해져서 무작정 어디론가 가면 어떻게 하지 ?”

뜻밖의 일이라 며느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나-, 지금 파출소에 실종신고 하러 가는 거야 ”
“아--, 네--? ? ?”
전화를 끊고 실종신고를 하였습니다.
순찰차가 올 테니까 같이 타고 다니면서 찾아 보라는 것입니다.

1분이 10시간 같이 길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습니다.
-----------? ---?---?
한 친구가 뒤뚱뒤뚱 뛰어 오면서
“찾았어!----”를 외쳤습니다.

순간 기쁨보다 온몸의 힘이 쫙----빠지면서 주저 앉을 것 같았답니다.
겨우 몸을 가누고 집에다 전화. 또 실종신고 취소를 하는데 경찰이 쳐다보는 눈길이 왜 그리 민망하던지―.

그 뒤가 더 문제 였습니다.
역사로 돌아와서
“김 할머니 어딨어? ”
“응-. 혼자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가고 있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말 입니까?

자기 짐은 그대로 둔 채 그것도 혼자 기차를 타고 간다니---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한 친구가 김 할머니 가방을 뒤졌더니 차표와 핸드폰이 나왔습니다.

그 다음은 또 옥신각신이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자. 기차를 타자. 서로 엇갈린 말들이 오가는 중에 똑똑한 친구가 역무원을 통하여
기차에 전화를 해서 ‘양평’에서 내리라고 했답니다.

또 잘못 될까봐 양평 역에다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양평 역 이지요. 거기 정신이 좀 이상한 할머니가 내렸는데 청량리서12시 출발하는
기차로 우리들이 갈꺼니까 수고스럽지만 꼭 좀 태워 주실래요? “
“ 네 알았습니다. 정동진 가는 기차 3호간 이라구요. 틀림없이 태워 드리지요”

기차표를 바꾸는데 30%를 감하게 되니까 20.000원을 더 내고 바꿨답니다.
2시간을 실랑이를 친 끝에 12시차를 탔습니다.
양평역이 가깝자 모두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봤습니다.

“저기 온다. 야--! 여기야, 여기.”

반가움에 창피한 것도 잊었습니다.
얼굴이 파아랗게 질린 문제의 ‘김 할머니“가 탔습니다. 긴장이 풀어지는 소리와 원망의 말이 오갔습니다.

김 할머니의 변명은 이러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정동진 손님은 빨리 타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모여 섰는 우리가 안보였답니다. 더구나 큰 키의 노란 모자를 쓴 내가 안보였답니다.
그래서 나간 줄 알고 그냥 개찰구로 나갔답니다.

이리저리 살펴도 우리가 안 보이는데,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춘천 가는 기차가 떠나더랍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아이구 어떻게, 재들이 춘천 가는걸 탔나봐.”



자기만 바르게 타고 남은 네 사람은 잘못 탔다고 생각 했답니다.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시간이 됐는데 기차를 타지 않은 우리가 잘못이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쳐 댔습니다.
김 할머니 왈
앞이 캄캄 하더랍니다. 핸드폰도 없지 한푼 돈도 없지.

그래도 65년의 세월을 산 경력이 있어서
역무원에게 사정을 말 하고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했답니다.

' 춘천가는 기차를 타면 어쩌느냐는 호통을 치려고'
. . . . . . . . . . . .
차를 타러 먼저 나갔다고 생각했기에 기다리는 우리가 안보였고
자기만 기차를 바로 탔고 우리는 딴 곳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고 생각했기에 혼자만 똑똑했던 것 입니다.

이렇게 해서 모처럼의 들뜬 여행은 여행에서 고행으로 변했고

6시간 걸리는 정동진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갔답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었어야 할텐데---

이 무슨 잘못된 착각 입니까?

‘혼자는 바르고 넷은 틀린다.’

계속 우겨대는 김 할머니를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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