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지치거든 혜강 사랑하는 사람아 살다가 어느 날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보아요 크고 작은 모든 나무들은 하나같이 하늘에 키를 맞추고 시원한 그림자엔 수수밭 처럼 사랑의 물결이 일렁이어요. 숲의 은혜로움이 있기 위해 그의 밖은 천형 같은 뙤약볕을 견디나니 약탕 처럼 들끌는 인간사의 격정도 애써 가슴 깊이 머금을 때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은 알몸인 채로 나무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날마다 피워도 꽃봉오리로 계절에 지지 않으려니 우리 말없는 애태움을 뉘라서 그리워하지 않으리오 언젠가는 망설임 없이 이제껏 여며온 길 뛰어가면 안아 줄 가슴.그 넓은 하늘의 사랑 내 아름다운 사람아 살다가 어느 날 그리움이 지치거든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보아요 - 혜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