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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지치거든

그리움에 지치거든 혜강 사랑하는 사람아 살다가 어느 날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보아요 크고 작은 모든 나무들은 하나같이 하늘에 키를 맞추고 시원한 그림자엔 수수밭 처럼 사랑의 물결이 일렁이어요. 숲의 은혜로움이 있기 위해 그의 밖은 천형 같은 뙤약볕을 견디나니 약탕 처럼 들끌는 인간사의 격정도 애써 가슴 깊이 머금을 때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은 알몸인 채로 나무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날마다 피워도 꽃봉오리로 계절에 지지 않으려니 우리 말없는 애태움을 뉘라서 그리워하지 않으리오 언젠가는 망설임 없이 이제껏 여며온 길 뛰어가면 안아 줄 가슴.그 넓은 하늘의 사랑 내 아름다운 사람아 살다가 어느 날 그리움이 지치거든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보아요 - 혜강 -

짭짤한 귤 한 조각과 그리운 계절의 향내

아무도 몰래 주변을 살피며 살짝 내 손에 쥐어주는 말랑하고 끈적한 느낌이 드는 물체를 쥐어주고 자리로 들어간다. "아이고, 이게 뭐지?" 하도 은근하게 손에 전달된 물건이라 나도 모르게 가만히 쥐고 있다 살며시 펴 보았다. 귤 한쪼각과 약과 반 조각 얼마나 주머니 속에서 조몰락거렸는지 새까맣게 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기까지 한 귤 한 조각과, 잘린 부위가 다 달아버린 약과 반 조각이다. '이걸 어쩐다지?' 너무나 새까맣게 때가 묻었는지라 도저히 먹을 수 없는데... 조심스레 백지를 깔고 내려놓았다 나에게 이것을 전해준 어린아이는 큰 일이나 해 낸 것처럼 '선생님 저 어젯밤부터 선생님께 드리려고 남겨 놓은 거예요 선생님 생각하는 제 마음 아셨지요?'라는 표정과 입가에 화안하게 퍼지는 미소를 그냥 흘려보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