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

노파. 리어카. 폐지

동네 사람들(통하니) 2007. 7. 28. 15:18

토요일 새벽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 해가고

다음 수거 일이 화요일 이라

금요일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썩는 냄새와 몰려드는 파리 때문에 힘들어서

저녁 10가 넘어서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5층 아래로 내려 갔다.

 

부착되어 너불거리는 광고지를 떼고

아무렇게나 던저진 담배 꽁초를 쓰러 담고.

그제 옮겨심은 대형 화분에 물을 주고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며 일을 마칠 즈음

 

지칠대로 지친

머리가 하~~얀

노파가

리어카에 매달려 가고 있었다.

리어카에는 폐 박스, 폐지등을 힘에 부치도록 싣고....

 

예닐곱 발짝 가다 쉬고

가다 또 쉬고너무 안스러워서

"

할머니 도와 드릴까요?"

 

실낱같이 가늘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썩이는 입술 사이로 쉰소리가되어 새어 나왔다.

 

"아니요, 다리가 아파서 밀어줘도 빨리 갈 수가 없어요"

 

내가 리어카를 끌겠다 할 수도 없고.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소방서 앞이요"

 

잠실 주공 4단지 레이크펠리스에 있는 소방서를 말하는 것이다.

아마 내 걸음으로 걸어서 5분?

아니 더 빠를 수도 있는 가까운 거리다.

지치고 지쳐있고 허기가 든것 같아보여서.

저녁에 먹고 남은 닭 죽이 생각난다.

 

"할머니, 저녁 잡숫고 가실래요?"

 

"아이고 고마워요, 그냥 빨리가서 먹을래요."

 

누군가 할머니를 기다리시는 분이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약값이나 보태보려고 이러는 거라우"

 

누구의 약값일까? 

할머니 보다 더 아픈 할아버지?

 

리어카 뒷쪽에 무게가 가도록 폐지를 실어서

앞쪽이 번쩍 들리게 했는데 손잡이를

겨드랑이로힘을 줘서 누루면

 다리가 번쩍 들리면서 리듬을 타듯 한발 두발 ....

예닐곱 걸음 걷고 쉬고.

 

뒤에서 보면 머리만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파도를 타듯 움직인다.

 

어디서 부터 왔는지 모르지만 10시가 되도록 폐지를 모으지는 않았으리라.

족히 두세시간은 지금같은 자세로 리어카를 끌고 온것 같고

집에 까지 30분은 가야 할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다리가 몹시 아프신 할머니

86세의 할머니

먹고 살기위해 밤이 맞도록 일 하시는 할머니

동 년배의 할머니 중에는

비단을 휘감고 자식들의 존경을 받으며 사시는 분도 있을텐데...

 

모퉁이를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는게 고작인 나.

방으로 들어와서도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을 휘저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할머니가 예수님인 걸 알았으면 난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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